전 세계는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있을까? 데이터로 본 현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사람들 중 약 26억 명은 매일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와 지역별 경향을 통해 보여줍니다. "Cost and Affordability of a Healthy Diet (CoAHD)" 지표에 따르면 저렴한 건강 식단은 단순한 영양문제를 넘어, 빈곤, 경제 성장, 식량 시스템 전반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건강한 식단이란 무엇인가?
CoAHD 지표에서 정의하는 ‘건강한 식단’은 각국의 식품 기반 식단 지침(FBDG: Food-Based Dietary Guidelines)을 토대로 구성된 ‘Healthy Diet Basket’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는 다양한 식품군(곡류, 과일, 채소, 단백질, 유제품 등)을 포함하며, 전반적인 건강 관리와 만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단입니다.
이 식단을 실현하려면 하루 평균 약 4.46 PPP 달러(구매력평가 기준)를 소비해야 합니다(2024년 기준). 이는 많은 저소득 국가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입니다. 즉, 소득과 식료품 가격 간의 괴리가 크다는 뜻이죠.
진전 있는 것 같지만, 불균형은 심화된다
202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건강 식단을 감당할 수 없는 인구는 2023년보다 약 4,880만 명 감소했지만, 이 긍정적인 변화는 전체적인 소득 회복세와 일부 지역에서의 물가 안정화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적인 지표는 각 지역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저소득 국가는 2022년 이후 두 해 연속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건강 식단 비용은 여전히 전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없는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본 소득 불균형과 식단 비용의 상충
- 2024년 기준 건강한 식단의 평균 비용: 하루 4.46 PPP 달러
- 건강한 식단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인구 수: 약 26억 명
- 저소득국가에서의 식단 비용 상승률(2017~2024년): 약 47.5%
- 동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률: 약 42%
- 2024년 저소득 국가에서 건강 식단을 감당 못 하는 인구: 5억 4,500만 명(2017년 대비 20% 이상 증가)
식료품 가격이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던 다른 지역(예: 동남아시아, 남미, 일부 유럽 등)과는 대조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여전히 식료품 비용이 상승 중입니다. 그 결과, 같은 식단을 구성하기 위한 비용 대비 실질 소득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저소득 국가에서 더 치명적인가?
저소득 국가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해당 지역 사람들의 소득이 그만큼 오르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식사에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낮은 임금, 불안정한 노동 환경, 식료품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식사 비용이 전체 생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지역별로 본 현황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022년 이후 2년 연속 증가세. 식단 비용과 감당 못 하는 인구 모두 증가.
- 중동·북아프리카 및 남아시아(특히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상황 전반적으로 악화.
- 유럽 및 북미: 건강 식단 비용은 완만하게 상승했지만, 소득 안정화로 affordability는 개선 중.
상대적으로 건강 식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수치에 그치지 않고, 건강과 삶의 기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빠르고 정교한 데이터 생산이 핵심
2025년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최초로 "T–1" 보고 체계, 즉 전년도(2024년) 데이터를 그 이듬해 바로 분석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정책 수립에 신속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또한 현지 통화 기반의 지표도 도입되어, 각 국가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이 가능해졌습니다.
FAO–세계은행 협약(MoU) 체결의 의미
2025년 6월, FAO와 세계은행은 건강 식단 비용과 관련한 데이터를 공동 생산·보급하기 위한 정식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식량안보 감시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조치로, 연구 방법론의 표준화, 각국 역량 강화, 정책 피드백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건강한 식단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힘들다는 의미를 넘어서, 영유아의 발달 장애, 만성질환 증가, 학습 능력 저하, 노동 생산성 저하 등 악순환을 불러오는 핵심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다음 영역들에도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 SDG 1: 빈곤 퇴치
- SDG 2: 기아 종식
- SDG 3: 건강과 웰빙
- SDG 10: 불평등 감소
앞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해답은 간단하지 않지만, 분명한 건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국가 차원의 식료품 유통 체계 개선 및 가격 안정화 정책 시행
- 취약 계층 지원 프로그램 확대(식료품 바우처, 직접 지원 등)
- 농업 기술 혁신 및 지역 마켓 활성화 통한 식품 접근성 개선
- 영양 교육과 건강 식단 인식 제고
- 다국적 차원의 식량 거래 협약 및 지원 체계 강화
관련 자료와 데이터 탐색
최신 CoAHD 데이터와 시각화 자료는 다음과 같은 경로에서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코로나19, 기후 위기, 지역 분쟁 등 전 세계는 이미 많은 위기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건강한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한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책결정자, 시민사회, 국제기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평균이 좋아졌다고 안심하기보다는, 가장 뒤쳐진 이들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회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