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혁명: 건강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Food as Medicine’ 전략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연료일 뿐이라는 오해는 이제 낡은 생각이 되었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소아과 교수이자 Elevance Health의 ‘음식을 약으로(Food as Medicine)’ 디렉터인 Kofi Essel 박사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는 식생활 습관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미국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 '통합 식품 접근' 전략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Food as Medicine’이란?
‘Food as Medicine(음식을 약으로)’는 의료의 보조적 개념을 넘어 점점 중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강 증진 방식입니다. 이는 의료 시스템 내부에서 환자가 건강한 식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특히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식이 관련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식사를 통한 치료 접근은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의학적으로 맞춤화된 식사(Medically Tailored Meals)와 농산물 처방제(Prescription Produce Programs)입니다. 전자는 심장병이나 당뇨와 같은 특정 질병 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설계된 식사를 제공하고, 후자는 저소득층이 과일과 채소를 구매할 수 있도록 처방 형식으로 쿠폰을 지원합니다.
달라진 의료의 접근 방식
최근 몇 년간 미국 보건의료계는 '음식 중심’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는 병원과 보험사, 지역 비영리단체가 함께 ‘음식 접근성’을 통해 만성질환 예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전역에 89개의 Food as Medicine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으며, Elevance Health 산하 건강보험 플랜만 해도 18개 주 및 D.C.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만 명의 건강 개선에 기여해 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lameda Health 시스템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식사 처방전'을 쓸 수 있게 하였고, 이는 곧 지역 농산물 바우처로 환산되어 지역 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Kaiser Permanente는 오하이오에서 수천 명의 환자에게 건강식품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 지표 개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과의 결합
Elevance Health는 '디지털-우선 전략(digital-first approach)'을 통해 음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 행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ydney Health’라는 모바일 앱과 웹 플랫폼이 존재하여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 프로필과 연결된 영양 정보, 식품 지침, 근처 푸드 뱅크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FindHelp.org와 연계하여 사용자들이 가까운 식품 지원 시설을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통해 음식 관련 지식을 강화해 나가는 중입니다.
영양 불균형, 이제는 공공보건 문제
현재 미국 내에서 식품 불균형(food insecurity)은 단순한 빈곤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인종, 지역, 교육 수준에 따른 건강 불평등으로 확장되며, 특정 계층은 건강한 식품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가구의 약 12.8%가 식품 접근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로,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와 WIC(Women, Infants, and Children) 프로그램의 확장이 있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의 식품 구매를 돕는 가장 대표적인 연방 제도이며, 최근에는 보다 영양적인 식단을 중심으로 혜택 내용이 조정되고 있습니다.
‘음식’을 약으로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협력
Dr. Essel은 “Food as Medicine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협력’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커뮤니티 기반 단체(CBO), 음식 접근성을 높이는 지역 NGO, 지방정부, 의료계, 식품 산업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만 이런 전략이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Elevance Health 역시 지역 사회 기반의 비영리 단체 51곳에 총 USD 3천만 달러를 기부하여 영양 부족 문제 해결에 투자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식량 사막(food deserts)에 있는 지역 주민들이 실제 음식 구매 환경에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정신 건강과 식사, 연결 고리는 생각보다 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단이 정신 건강에도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예컨대, 지중해식 식단은 우울증 발병 위험을 30% 이상 낮출 수 있으며, 트랜스지방 및 설탕이 많은 식단은 불안감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정신건강 클리닉이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공 정책에서의 가능성과 과제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음식을 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2022년 백악관의 ‘영양·식량안보 정상회의’에서는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식품 보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논의되었고, 몇몇 주에서는 이미 이 모델을 시범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법적, 재정적 장벽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에서 식품 비용을 상환 가능한 항목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는 '식품처방 보험 코드' 도입, 기금 확대, 음식 교육과 연결된 의료진 교육 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지속가능한 식품-보건 연계
Dr. Essel은 미래에는 단지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음식이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래 의료에서 음식은 의약품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영양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세계는 의료와 식량, 복지의 경계를 허물며 보다 통합된 건강 전환을 모색 중입니다. 식품은 더 이상 부수적 선택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건강 불균형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이 변화에 동참해야 할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