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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의 위험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은? [NIH연구]

초가공식품: 과연 건강을 해치는 원흉일까?

현대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인스턴트 식품, 냉동식품, 스낵 과자, 탄산음료는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식품이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 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초가공식품이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작용 메커니즘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독특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임상 연구는 단순한 식단 비교를 넘어선, 실험 참가자의 식사 전반을 철저하게 통제한 매우 정밀한 실험이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인가?

국제보건기구(WHO)와 브라질 공공보건학자인 카를로스 몬테이로 박사에 의해 개발된 NOVA 식품 분류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주로 산업적 제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입니다. 이러한 식품은 자연상태의 식품과는 거리가 멀며, 설탕, 기름, 소금, 색소, 향료, 방부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포함됩니다. 예컨대 햄버거 번, 냉동치킨너겟, 탄산음료, 즉석라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런 초가공식품이 미국 식품 공급의 무려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1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7.9% 칼로리 섭취가 초가공식품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소비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해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NIH 임상시험: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최초의 통제 실험

Kevin Hall 박사가 이끄는 NIH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의 건강 영향에 대해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극도로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NIH 임상 센터 내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연구팀이 설계한 식단에 따라 식사했습니다.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두 가지 식단을 제공했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식 위주의 식단, 두 번째는 초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식단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식단 모두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섬유질, 나트륨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즉, 칼로리나 영양소의 양이 아닌 '가공 정도'만이 변수였던 것입니다.

실험 참가자의 생생한 이야기

플로리다 대학의 20세 대학생 Sam Srisatta는 2024년 이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비디오 게임을 하며 세끼 식사는 실험실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해결했고, 손목에는 움직임을 측정하는 모니터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게 정해져 있었어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물을 얼마나 마실지뿐이었죠. 점심에 치킨너겟을 먹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꽤 만족스러웠어요.”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먹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먹도록 지시받았으며, 체중 유지만이 요구된 유일한 조건이었습니다.

예상되는 연구 결과와 의학적 함의

Hall 박사는 “우리는 아직 초가공식품과 건강문제 사이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실험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기에, 향후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 분석 중이며, 최종 결과는 2025년 말까지 발표될 예정입니다. 그 결과가 향후 식품정책, 교육 캠페인, 병원 및 급식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초가공식품이 문제인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 고열량 저영양(Density without nutrition): 대부분의 초가공식품은 칼로리는 높으나 영양소는 부족합니다.
  • 과식 유도(Hyper-palatable): 인공 조합된 소금, 지방, 당의 결합은 뇌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과식을 유도합니다.
  • 섬유질 부족: 장내 미생물 건강에 중요한 섬유소가 결핍되어 소화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첨가물의 장기 섭취: 방부제, 가공 전분, 향미료 등 장기간 흡입 시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가공식품은 식습관이 특히 중요시되는 유아기, 청소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학습 능력 저하, 정서 불안, 수면 질 저하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다양한 연구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조언: 일상 속에서 초가공식품 줄이기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의 영양학자인 Walter Willett 박사는 “초가공식품의 섭취 비중이 20%를 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자연 상태 식품 또는 덜 가공된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다음은 일상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을 줄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 간식으로 과자 대신 견과류나 과일을 선택하기
  • 외식보다는 직접 요리하기
  • 성분표 읽기 습관 들이기 (5개 이상 식품 첨가물 포함 시 주의)
  • 조리 시간이 짧은 요리법 익히기 (예: 찜, 샐러드 등)
결론: 초가공식품과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초가공식품은 편리함과 빠른 조리가 장점이지만, 그 대가로 건강을 포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NIH의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과 건강 간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소중한 첫걸음이며, 향후 전 세계 식생활 트렌드와 공공 보건정책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연구만으로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과학은 점차 퍼즐을 맞추듯 진실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보다 건강한 식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