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스캐너 앱, 정말 믿어도 될까? 영양 정보 앱의 진실과 허상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의 식품 선택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식품 스캐너 앱입니다. 패키지 식품 포장지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손쉽게 해당 제품의 영양 정보는 물론 건강 등급, 대체 상품 추천까지 알려주는 이 앱들은 바쁜 현대인의 장보기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편리한 앱이 반드시 항상 정확하거나, 우리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식품 스캐너 앱의 세계를 좀 더 깊이 파헤쳐보며, 우리가 앱 사용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식품 스캐너 앱, 도대체 무엇인가?
식품 스캐너 앱은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이용해 패키지 식품의 바코드를 인식하고,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 제품에 대한 영양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앱입니다. 대표적인 앱으로는 Open Food Facts, Yuka, Bobby Approved, ZOE Health 등이 있으며, 앱마다 평가 기준과 목적이 다릅니다.
소비자는 이 앱을 통해 식품의 영양 성분(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나트륨 등)은 물론, 화학 첨가물이나 설탕, 보존제의 유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심지어 더 건강한 대체 제품 제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앱마다 평가가 왜 다를까?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같은 제품인데 앱마다 다른 평가 결과를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유카(Yuka) 앱은 특정 오가닉 아몬드버터에 대해 점수 78점을 부여하면서 '우수함'으로 평가했지만, 보비 어프루브드(Bobby Approved) 앱에서는 같은 제품에 포함된 소량의 정제 설탕 때문에 ‘비권장 제품’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앱마다 영양 평가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 Yuka: 제품의 영양 구성, 첨가물 여부, 유기농 인증 여부 등을 반영하여 100점 만점으로 점수 부여
- Bobby Approved: 성분이 ‘청정성(clean ingredients)’ 기준에 맞는지 평가. 정제 설탕, 트랜스지방, 인공 색소 등이 있을 경우 점수 하락
- ZOE Health: 식품의 가공 수준과 대사 영향 등을 고도 분석함
전문가들은 뭐라고 말할까?
하버드대 영양학 교수이자 미국 연방정부의 식품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던 제럴드 맨드(Jerold Mande)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처음 건강한 식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가이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각 앱들의 평가 기준이 다르고 때로는 과도하게 단순화된 접근을 하기도 합니다. 명확한 이해 없이 앱 점수만 믿고 식품을 선택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공공영양 연구자인 선더스 마흐디(Sundus Mahdi) 박사 또한 “앱이 인식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실제 식습관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 영양 분석 기준 3가지
프린스턴대 출신이자 투프츠대학교의 ‘Food is Medicine’ 연구소 소장인 다리우시 모자파리안(Dariush Mozaffarian) 박사는 오히려 몇 가지 수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인 판단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탄수화물 대비 식이섬유 비율 (10:1 이상): 10g당 식이섬유가 1g 이상이면 좋은 품질의 탄수화물입니다.
- 나트륨 대비 칼륨 비율: 칼륨이 나트륨보다 많다면 이상적입니다. 칼륨은 나트륨의 영향력을 완화시켜줍니다.
- 총 지방 대비 포화지방 비율: 포화지방이 전체 지방의 1/3 이하라면 건강에 덜 부담이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앱을 고르는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식품 스캐너 앱을 골라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꼭 기억하세요.
- 평가 기준의 명확성과 투명성: 앱이 어떤 기준과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 성분 중심 vs. 종합 영양 중심의 평가: 단순히 유해 성분 여부만 보는 앱보다는, 영양소 전반을 반영하는 앱이 더 균형 잡힌 정보를 줍니다.
- 정기적인 데이터 업데이트 여부: 최신식 정보를 반영하는지를 보세요. 특히 신제품이나 원재료 변화에 민감한 앱이 좋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전체 식습관'이 중요하다
앱이 제공하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도구입니다. 하루 식생활의 전반적인 균형과 식단 조절 없이 단순히 식품 점수만 바꾸는 것으로는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습니다.
영양학자인 린지 모이어(Lindsay Moyer) 또한 강조합니다. “음식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것보다 전체 식단의 균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앱은 참고만 하세요.”
앞으로의 과제: 정부와 기업의 역할
많은 전문가들은 식품 스캐너 앱의 정확성 향상을 위해 공통된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식품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고 기업마다 제출하지 않은 정보도 많아 신뢰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데이터 검증, 평가 기준 표준화 등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식품 성분 공개에 나서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소비자는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유용하지만 ‘맹신은 금물’
식품 스캐너 앱은 확실히 소비자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줍니다. 식품 성분을 이해하고 비교하며 건강한 선택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돕죠. 하지만, 다양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기준들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기본적인 영양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건강한 식생활에는 기초 습관이 중요합니다. 가공식품에만 의존하는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섭취를 기본으로 하는 식단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