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양 정보 전쟁: 2천4백만 명이 건강 위협받는 이유
당신이 매번 스크롤하며 지나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유튜브 쇼츠, 틱톡 챌린지 가운데 상당수는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단’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정보,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최대 2천4백만 명의 전 세계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영양' 정보에 노출되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식탁을 바꾸고 있다
Rooted Research Collective(RRC)와 Freedom Food Alliance(FFA)가 발표한 ‘디지털 시대의 영양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53명의 인플루언서들이 잘못된 영양 정보를 대량으로 유포하고 있으며, 이들이 게시한 콘텐츠는 대중의 식습관과 건강 인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언급된 인플루언서 대부분은 영양학이나 의학적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전문가로 포장하여 극단적인 식단을 권장합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적색육과 내장육 위주의 육식 중심 식단, 생우유 및 저탄고지(케토제닉) 다이어트, 심지어는 절식이나 원형식 등의 극단적인 방법까지 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조언들은 공조적으로 공인된 국가 보건 지침과 대치됩니다.
누가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분석 대상 인플루언서 중 무려 87%가 의학적 또는 영양학적 자격이 없었으며, 20%는 증명되지 않은 자격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그중 96%는 영양 제품 판매, 코칭 서비스, 이벤트 운영 등 직접적인 이익 활동과 연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인플루언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1. ‘닥스’(Docs) – 실제 자격 유무를 떠나 의료적 가면을 쓰고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로, 음모론과 반과학적 주장도 자주 포함됩니다.
2. ‘레블스’(Rebels) – 기존 체계(정부, 병원, 식약처)에 저항하며 대안을 제시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지식체계 자체를 부정합니다.
3. ‘허슬러스’(Hustlers) – 수익을 우선시하며 코칭, 강좌, 보충제 판매를 광고합니다.
간단한 해답에 속는 진짜 이유
현대 영양학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 건강 상태, 생리 주기, 라이프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죠. 하지만 '5일만에 5kg 감량', ‘하루 한 끼로 면역력 증강’ 같은 티저는 단순하고 강력해서 클릭 유도를 할 수 있죠.
공신력 있는 기관인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식이 지침에서 식품의 다양한 섭취와 가공육, 고지방, 고당 식품의 제한을 권장합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2023년 발표한 '국민 영양 지침'에서 유사한 내용을 강조합니다.
Z세대와 밀레니얼, SNS가 영양 교과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더블린시티대학교(Dublin City University)와 MyFitnessPal이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Z세대의 87%와 밀레니얼의 대다수가 건강 지식을 유튜브나 틱톡에서 먼저 얻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존의 부모, 의료진, 교사가 아닌 SNS 인플루언서가 생활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금전적 동기 vs 윤리적 책임
문제는 단순한 오정보 유포를 넘어, 그들이 수익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명의 인플루언서는 매달 10만 달러(한화 약 1억3천만원)가 넘는 수익을 보충제 판매, 유료 강의 등을 통해 얻고 있었습니다. 자격도 없는 이들이 $100~$10,000(약 13만~1,300만원)에 이르는 온라인 진단과 식단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공인 영양 전문가인 Dr. Matthew Nagra ND는 “영양 정보는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근거 기반이 결여된 조언은 사회적 세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지금부터 시작해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고서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1. 어릴 적부터 교육 실시: 영양 정보 판별 능력 및 건강한 요리법, 가짜뉴스 탐지법 등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2.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온라인 역량 강화: 의료보건 종사자들의 인스타그램 및 틱톡 활용 교육을 통해 공공 정보의 접근성과 설득력을 제고합니다.
3. 온라인 의료윤리 강화: 자격증 오남용 사례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더불어 허위 홍보를 반영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정보 전염병'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발간한 202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도 ‘허위 정보’가 기후 위기, 정치 충돌을 넘어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영양 정보의 왜곡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전체 공공 건강 시스템의 신뢰 붕괴, 정책 불신, 극단주의의 확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짜 정보를 피하기 위한 일상에서의 실천은 이렇습니다:
- SNS에서 정보 획득 시 반드시 출처, 자격, 연구 기반 등을 확인하세요.
- 식약처, WHO, 질병관리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식이 지침을 참고하세요.
- 건강 관련 서비스나 제품 구매 전, 자격 유무 및 환불 정책을 확인하세요.
- 주변 지인이 허위 정보를 공유한다면, 친절히 사실 확인 링크를 전달해 주세요.
결론
정보는 칼과 같습니다. 잘 사용하면 건강을 지키는 도구가 되지만, 잘못되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말 그대로 ‘정보 식단’을 꾸려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다이어트나 파워푸드 이슈가 아닌, 우리의 미래 건강을 위한 필수 전략인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올바른 정보를 선별할 능력을 갖추고, 나아가 잘못된 정보에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건강한 음식 소비자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