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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소아 정맥영양 위기 해결: 입법으로 생명 지킨 법안의 힘

마지막 희망을 지킨 법안: 콜로라도의 소아 정맥영양 위기를 막은 입법

콜로라도주에서 생명의 끈을 잡고 살아가는 약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2025년 봄이 남긴 법안은 단순한 문서가 아닌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소화기계가 온전히 작동하지 않아 음식 섭취 대신 정맥으로 액체 영양을 공급받아 살아갑니다. 실생활에서는 ‘백팩’을 메고 배낭 안에 든 영양 주머니가 흉부의 카테터를 통해 몸으로 공급되며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 이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줍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이 필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약국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한때 여섯 곳이었던 콜로라도 내 주입 전문 약국은 2025년 초 기준으로 단 한 곳만 남았고, 수십 키로미터 떨어진 산 너머 지역까지도 이 한 곳의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현실 속 의료 구조의 균열

이 위기의 중심에는 "메디케이드(Medicaid) 보상금 불균형"이 있었습니다. 환자 1인당 주당 약 235달러의 제작비가 드는 정맥영양 주머니에 대해 정부는 불과 11달러만을 보상해주고 있었습니다. 영세한 약국 운영 입장에서 지속적인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약국들은 하나둘씩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영양 주머니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모들과 의료진, 단체들은 연일 주정부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병원 콜로라도(Children’s Hospital Colorado)의 소아 위장병 전문의 린지 구머(Lindsey Gumer) 박사는, 치료가 중단될 경우 하루 입원비만 10,000달러에 이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의회의 개입으로 탄생한 특별법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5년 5월, 콜로라도주 의회는 만장일치(12-0)로 ‘IV 영양 혼합 약국 보상금 인상법(SB25-084)’을 통과시켰습니다. 주요 내용은 메디케이드가 최소 약국 비용의 30%는 보상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11에서 $70로 보상금이 대폭 인상됩니다.

초안에서는 주당 환자당 100달러 이상의 보상과 연간 80만 달러 예산이 요구되었지만, 조정된 최종안에서는 연간 약 11만 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현실과 타협하였습니다. 이 비용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함께 부담합니다.

"이 아이들을 생각해주세요"

입법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리틀턴(Littleton)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 그레첸 라이딘(Gretchen Rydin)과 메리 브래드필드(Mary Bradfield) 공화당 의원은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이 법안은 단순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다. 아이들의 생존에 직결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위기의 실체: ‘노라’와 같은 아이들의 싸움

7살 노라 구트크넥트(Norah Gutknecht)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인해 소화기관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매일 밤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총 16시간 동안 영양 주머니가 연결된 백팩을 메고 생활하며 학교에도 그 백팩을 멘 채 등교합니다. 이 영양 주머니가 없으면 노라는 병원 침대 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노라의 어머니는 법안 심사위원회 앞에서 직접 증언에 나섰고, 그녀의 강렬한 호소는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는 “이 백팩이 우리 가족에게는 생명줄입니다. 약국 하나가 사라지면, 그 줄이 끊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맥영양(Parenteral Nutrition)이란?

정맥영양(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은 위나 장을 통한 영양 섭취가 불가능하거나 위험할 때 대체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영양 성분(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전해질, 비타민)이 혼합된 액체를 정맥을 통해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환자에게 맞는 맞춤 조제가 요구됩니다.

주요 적용 사례는 초극소미숙아, 과민성대장증후군, 장 절제 수술 후 적응장애, 유전 기형 등입니다. 그러나 복잡한 조제 기준과 멸균 관리, 비용 부담으로 인해 공급 가능한 약국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는 미국 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입니다.


지역 의료 인프라의 교훈: 분산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이번 사태는 단일 공급자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의료 리스크를 강하게 상기시켰습니다. 원인 분석과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여러 주에서는 ‘지리적 의료 분산 전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텔레메디슨, 지역 건강센터와의 협업, 약국 프랜차이즈 지원 등이 대책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릴랜드나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동일한 IV 영양 공급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공공 약국 설립 자금을 조성하거나 메디케이드 직접 위탁 조달 체계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콜로라도주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추적, 평가 그리고 재조정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일정 기간 후 효율성과 효과성을 검토한 뒤 유지 혹은 조정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향후 1년간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참여 약국 수 변화
  • 약품 공급 지연 건수
  • 응급실 방문 횟수 감소율
  • 환자 및 보호자 만족도

이러한 데이터가 의미 있게 개선된다면, 향후 추가 보상 인상이나 연방 차원의 지원 확대 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맺으며: 아이 한 명을 살리는 일은 모두를 살리는 일

미국 의회도, 한국 국회도, 세계 모든 정부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하나입니다. 의료적 소수자, 특히 아동을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책임’이며 ‘미래에 대한 약속’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법안 하나가 얼마나 큰 생명을 살릴 수 있는지, 콜로라도 사태는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그 책임을 지고 지켜나가야 할 것은 우리 모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