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속 숨겨진 위협: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비스페놀 S(BPS)'의 진실
우리는 일상에서 습관처럼 받는 종이영수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의심조차 하지 않은 채 손에 쥡니다. 아침 커피를 사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올 때 받아든 작은 종이 한 장이 당장은 하찮게 보일 수 있으나, 최근 과학자들은 중요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 10초간 영수증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체에 위험한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S(Bisphenol S, 이하 BPS)가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본 기사에서는 BPS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노출되는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소비자로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깊이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비스페놀 S(BPS)란 무엇인가요?
비스페놀 S는 열감응(thermal) 인쇄 기술로 만들어진 영수증, 티켓, 라벨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학물질입니다. 과거부터 많이 사용되어 온 비스페놀 A(BPA)의 대체물로 개발되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BPS도 BPA 못지않은 건강 위험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BPS는 환경과 인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히 남는 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며, 이는 결국 장시간 인체와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부 흡수의 위험성: 단 10초로 충분하다
2025년 4월, 미국 환경보건센터(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 CEH)는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가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영수증이 인체에 해로운 BPS를 상당량 함유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CEH에 따르면 단 10초 동안 BPS가 있는 열감응지 영수증을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도 안전기준치를 초과하는 양의 화학물질이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으며, 해당 수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정한 안전허용 한도(Prop 65 Safe Harbor Level)를 초과합니다.
BPS는 피부를 통해 상당히 빠르게 흡수되며, 특히 손에 땀이 있거나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는 특히 유통 매장에서 일하는 계산원, 점원, 고객지원 담당자 등 직업적으로 매일 수십에서 수백 장의 영수증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BPS의 건강 영향 – 왜 주의해야 할까?
BPS는 엔도크린(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로 분류됩니다. 단순히 접촉만으로도 인체 호르몬 시스템을 방해하여 여러 생리 기능 — 예를 들어 성장, 대사, 생식, 면역 —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BPS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체내에서 에스트로젠으로 오인되어 작용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확인된 건강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호르몬 불균형: 생리 주기 변화, 불임, 남성 호르몬 감소
- 갑상선 기능 문제: 대사 저하, 체중 증가, 피로감
- 어린이 성장 저해: 아동기 비만, 주의력 결핍 가능성
- 신경계 독성: 독일 뮌헨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BPS는 금붕어 신경세포 실험에서 신경망 형성을 방해하여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일으킵니다.
- 암 유발 가능성: 동물실험에서는 유방암, 전립선암과의 연관성이 일부 보고되었습니다.
BPA와 BPS의 차이점과 유사점
비스페놀 A(BPA)는 음식 포장재, 플라스틱 병, 캔 내부 코팅 등에 사용되며, 간혹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도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BPA-Free(프리) 제품들이 많아졌으며, 이에 따라 대체 물질로 BPS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BPS도 거의 동일한 에스트로젠 흉내 작용을 가지며, 분자 구조의 차이로 인해 분해되거나 배출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규제 현황과 기업 책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CEH는 2025년 4월, 32개 대형 체인 소매업체가 BPS가 포함된 영수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법적 위반 사전 통지를 발송했습니다(Prop 65 Notice of Violation). 해당 기업이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최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민사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법원은 명확한 소비자 경고 라벨 또는 성분 대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EU(유럽연합)는 2020년부터 BPS를 포함한 일부 비스페놀류의 영수증 사용을 금지하면서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BPS의 식품 포장재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종사자를 위한 실질적 대응 방법
현재로선 BPS 등 유해 물질의 노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 디지털 영수증 선택: 가능할 때마다 종이 영수증 대신 이메일 또는 문자로 발송되는 디지털 옵션을 사용합니다.
- 직접 접촉 최소화: 가능한 한 영수증을 바로 처리하지 않고 봉투에 담거나 집에 도착 후 버립니다.
- 장갑 사용: 유통 종사자는 얇은 라텍스 또는 니트릴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손씻기 습관화: 손 소독제보다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는 것이 BPS 흡수 억제에 효과적입니다.
- 재활용 주의: BPS가 포함된 영수증은 일반 종이처럼 재활용하지 말고 쓰레기로 버리세요. 재활용지에 혼입되면 환경오염을 유발합니다.
사회적 공론화와 정책 중요성
현재 건강 전문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와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 역시 단순한 준법 수준을 넘어, 윤리적 소비자를 위한 대체 솔루션(무독성 열감응지, 디지털 전환)을 마련해야 할 중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 손안의 작은 행동이 건강을 지킨다
우리는 비스페놀 A에서 시작된 논란을 통해 화학물질이 우리 삶 곳곳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BPS 역시 같은 길을 따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더 현명해졌습니다.
영수증을 받을 때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 한 마디, 장갑을 끼는 작은 습관, 친환경 디지털 전환을 지지하는 소비 습관이 바로 우리 건강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손끝 하나가 건강한 미래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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